장해진
시사인사이트 장해진 발행인.
“대구는 대권 연습장이 아니다.”
이 말은 단순한 분노의 표현이 아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중도 사퇴 이후, 대구 시민들이 정치권에 던진 가장 정확한 질문이자 경고다. 시민들은 더 이상 화려한 정치 이력이나 중앙 정치와의 거리로 시장을 평가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끝까지 책임질 사람인가, 대구를 떠나지 않을 사람인가를.
대구시장은 명예직도, 정치적 디딤돌도 아니다. 240만 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출된 시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개인의 정치 일정에 따라 자리를 내려놓은 현실은, 대구를 ‘관리 대상’이 아닌 ‘경력 관리용 도시’로 여겼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시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여기서 비롯된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냉정했다. “시민이 뽑아준 자리를 중간에 나간 것부터 문제”라는 말에는 분노보다 체념이 담겨 있었다. 정치에 대한 기대가 낮아질수록 시민의 요구는 오히려 더 본질로 향한다. 말이 아니라 책임, 상징이 아니라 성과다.
이번 제9회 대구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다시 후보군 이름들이 오르내린다. 현역 국회의원, 전직 장관, 기초단체장 출신 인사들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가 나오느냐’가 아니다.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무엇을 해왔는가다.
대구 시정의 본질은 정치가 아니다. 행정이다. 경제·산업·일자리·도시 경쟁력·청렴성 등 대부분의 과제는 중앙 정치의 구호가 아니라, 현장을 아는 행정 역량에서 답이 나온다. 정치 경험이 풍부하다는 이유만으로 시정을 맡길 수 없는 이유다. 오히려 정치가 과도하게 개입될수록 시정은 흐릿해지고, 책임은 사라진다.
특히 지금의 대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인구 감소, 산업 구조 전환, 청년 유출, 도시 정체라는 구조적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 시점에 필요한 리더는 대선과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실질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대구에 남아 끝까지 책임질 사람이다.
과거처럼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도 더는 유효하지 않다. 시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공천이 능력을 증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에서 민심이 요구하는 검증 기준은 분명하다. ▲임기 완주 의지 ▲지역 행정 경험 ▲경제 현안에 대한 현실적 해법 ▲도덕성과 책임감. 이 네 가지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어떤 정치적 상징도 의미를 갖기 어렵다.
대구는 특정 정치인의 이력서에 한 줄 더해질 도시가 아니다. 시민의 삶이 걸린 공간이며,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할 공동체다. 이번 선거가 또다시 정치의 연장선으로 소비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제9회 대구광역시장 선거의 핵심은 이미 정해졌다.
누가 출마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검증을 통과하느냐다.
그리고 그 검증의 주체는 정당도, 정치권도 아닌 대구 시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