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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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의 1심 판결은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 한국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 김용현 전 장관에게 징역 30년이 선고되면서, 법정 판단은 곧바로 정치적 해석과 충돌했다. 그러나 감정과 평가는 잠시 내려두고, 이 사건을 법의 구조 안에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형사재판의 출발점은 무죄추정이다. 이는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피고인을 범죄자로 단정하지 말라는 원칙이다. 1심 유죄 선고는 법원이 제출된 증거를 토대로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는 확정적 결론이 아니라 잠정적 판단이다. 항소와 상고 절차가 예정되어 있는 한, 법적 판단은 계속 진행 중이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내란죄의 성립 범위에 있다. 형법 제87조는 ‘국헌문란의 목적’과 ‘폭동’을 요구한다. 여기서 폭동은 단순한 혼란이나 정치적 갈등이 아니라, 국가기관의 기능을 물리력으로 마비시키는 수준의 집단적 행위를 의미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재판부는 군 병력 투입과 계엄 선포가 헌정질서에 대한 현실적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보았다. 실제 물리적 충돌이 없었더라도 위험성이 인정되면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문제는 그 ‘위험’의 범위와 기준이다.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 질서를 다루는 중대한 범죄이기에 구성요건 해석은 엄격해야 한다. 군 병력 이동이 곧바로 폭동에 해당하는지, 목적성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었는지, 계엄 선포의 위헌성이 형사책임으로 직결되는지 등은 치밀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 이 지점이 항소심에서 다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사법 판단에 대한 평가는 판결문에 담긴 논리 구조와 증거 분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재판부 구성의 위법, 명백한 증거 왜곡, 논리적 모순이 확인되지 않는 한, ‘정해진 결론’이라는 평가는 법적 주장이라기보다 정치적 평가에 가깝다. 정치적 불신은 표현의 영역이지만, 위법 여부는 입증의 영역이다.
결국 이 사건은 두 가지 질문을 남긴다. 하나는 국가 권력이 위기 상황에서 어디까지 행사될 수 있는가라는 헌법적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형벌권의 발동이 얼마나 엄격한 증명과 논리를 요구하는가라는 형사법적 문제다. 이 두 축이 균형을 잃지 않을 때 사법은 신뢰를 얻는다.
1심 판결은 출발점일 뿐이다. 상급심의 판단을 거치며 사실관계와 법리는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질 것이다. 법은 속도가 아니라 절차로 완성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격한 단정이 아니라, 판결문 전체를 냉정하게 읽고 검증하는 태도다.